- 한철 대목 노린 바가지요금과 관광객 배척 현수막, 지역 이미지 훼손하는 ‘제 살 깎아먹기’
- 스페인의 ‘관광 반대 시위’와 하와이의 ‘말라마(배려)’ 캠페인이 한국 관광에 던지는 뼈아픈 교훈
- 진정한 관광 명소의 완성은 아름다운 자연이 아닌,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환대 문화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 강원 남부 4개 시·군(삼척, 태백, 정선, 영월)을 비롯한 강원도의 해변과 계곡은 더위를 피하려는 관광객들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하지만 쏟아지는 인파 속에서 반가움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파열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바가지요금’이다. 한철 대목을 노려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요금을 부과하는 행태는 관광객들에게 깊은 불쾌감을 남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극단적인 배타주의다. 최근 바닷가 주변이나 유명 계곡 마을 입구에는 “관광객들이 쓰레기만 버리고 가니 우리 마을에 오지 마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담긴 현수막이 심심치 않게 내걸리고 있다.
물론 밤낮없는 소음과 무단투기된 쓰레기로 고통받는 현지 주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오지 마라”며 문을 걸어 잠그는 방식은 인구 소멸 위기와 지역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강원 남부의 현실에서 완벽한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평과 배척이 아니라, 관광객을 성숙하게 맞이하고 올바른 여행 문화를 유도하는 ‘주민 의식의 획기적인 대전환’이다.
선진국의 뼈아픈 교훈: 스페인의 물총 시위와 하와이의 ‘말라마’
최근 전 세계 유명 관광지들은 관광객이 주민의 삶을 침범하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문제로 심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 대국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는 급증하는 관광객으로 인해 집값이 폭등하고 소음 문제가 심각해지자, 현지 주민들이 식당에 앉아있는 관광객들에게 물총을 쏘며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는 무분별한 관광 팽창을 방치했을 때 현지 주민의 분노가 어떻게 폭발하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갈등 사례다.
반면,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곳도 있다. 세계 최고의 휴양지 하와이는 코로나19 이후 ‘말라마 하와이(Mālama Hawai’i)’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말라마’는 하와이어로 ‘배려’를 뜻한다. 하와이 주민들은 관광객을 무작정 배척하는 대신, 자신들의 자연과 문화를 존중하고 지켜달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관광객에게 전달한다. 관광객이 산호초를 해치지 않는 선크림을 바르고 환경 정화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며, 주민들 역시 일방적인 피해자가 아닌 주도적인 호스트로서 지역 고유의 문화를 나누는 성숙한 환대를 보여준다.
관광의 주체는 주민… ‘관리형 관광’과 ‘선진 시민의식’이 답이다
강원 남부가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려면 하와이의 사례처럼 주민과 지자체가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첫째, 관광객을 ‘불편을 초래하는 불청객’이나 ‘한철 돈벌이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 상인들은 스스로 자정 위원회를 꾸려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고 ‘착한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며, 주민들은 관광객을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든든한 ‘관계인구’로 인식해야 한다.
둘째, 갈등을 방치하지 않는 ‘관리형 관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관광객이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고 현수막을 걸며 탓하기 전에, 지자체와 주민 자치회가 협력해 쓰레기 수거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쾌적한 환경을 선제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라는 경고문 대신, “이 아름다운 자연을 내년에도 즐길 수 있도록 함께 지켜주세요”라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캠페인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바다와 웅장한 백두대간은 관광의 훌륭한 ‘배경’일 뿐이다. 결국 관광이라는 무대를 완성하는 핵심은 그곳을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주민)’이다. 맹목적인 배척과 한철 장사라는 낡은 마인드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품격 있는 환대와 선진 시민의식으로 무장할 때, 강원도는 비로소 다시 찾고 싶은 글로벌 관광 명소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