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전 대상 기관은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배치하고, 구체적인 지역별 이전 기관은 올해 4분기에 확정할 방침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과 일자리를 지방으로 옮겨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강원특별자치도의 기존 혁신도시는 원주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원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관광공사 등 주요 기관이 자리 잡았다. 공공기관 이전은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 지역인재 채용, 관련 기업 유치 등 원주의 성장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번 2차 이전에서도 원주가 중심이 되는 것은 정책의 연속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조성된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고, 비슷한 기능을 가진 기관을 한곳에 모으면 산업 간 연계 효과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공공기관이 원주로 이전하면 그것으로 강원도의 균형발전은 완성되는가.

강원도는 하나의 생활권도, 하나의 경제권도 아니다. 춘천·원주·강릉과 태백·삼척·영월·정선이 처한 현실은 크게 다르다. 특히 폐광지역은 국가 산업화에 필요한 석탄을 공급한 뒤 산업 전환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수십 년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지만 인구는 계속 줄었고, 청년들이 선택할 만한 안정적인 일자리와 새로운 산업 기반은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이 또다시 원주에만 집중된다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대신 강원도 내부의 또 다른 집중을 강화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 도내 지역 간 격차를 키우는 역설을 낳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원주에 이전할 기관을 억지로 쪼개 각 시·군에 나눠주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지역에 기관 본사를 이전하는 것만으로 지역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이주할 수 있는 주거·교육·의료·교통 환경이 갖춰져야 하고, 이전 기관의 기능이 지역산업과 연결돼야 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본사 나눠 갖기’가 아니라 ‘기능 분산형 이전’이다.

기관의 본사는 원주 혁신도시에 두더라도 교육원과 연수원, 연구센터, 현장 실증시설, 데이터센터 등 일부 기능은 강원 남부권에 배치할 수 있다. 태백은 고지대 기후·산림·에너지 전환, 삼척은 수소·해양·방재, 영월은 지질·우주·문화관광, 정선은 산림치유·웰니스·관광산업과 연결할 가능성이 있다.

각 지역이 가진 자원과 이전 기관의 업무를 결합한다면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사무실 이전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연구와 실증, 교육과 창업, 공공구매와 지역기업 육성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공공기관을 기존 혁신도시에 집적하면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은 행정의 효율성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한곳에 모으는 것이 편리하겠지만, 소멸 위험이 큰 지역에 새로운 기능과 일자리를 배치하는 것은 국가가 감당해야 할 장기적인 투자다.

강원도와 폐광지역 시·군도 막연히 “우리 지역에도 기관을 달라”고 요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의 산업전환 전략과 맞는 기관은 어디인지, 어떤 기능을 이전받을 것인지, 지역 대학과 기업은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구체적인 제안서를 내놓아야 한다. 기관 하나의 간판을 유치하는 것보다 그 기관을 통해 지역에 어떤 일자리와 기업, 인재가 남게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별 거점을 만드는 단계였다면, 2차 이전은 그 거점의 효과를 주변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단계가 돼야 한다. 원주 혁신도시의 성장을 막는 방식이 아니라, 원주의 공공기관과 강원 남부권의 산업·연구·관광 자원을 연결하는 강원형 분산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기관을 옮기는 것만으로 국가균형발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 안에서도 기회와 기능이 고르게 배분돼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을 말한다면 이제는 ‘어느 도에 몇 개 기관을 배치했는가’를 넘어 ‘그 기관이 도내 어느 지역까지 변화를 만들어냈는가’를 물어야 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수도권의 집중을 지방으로 옮겨놓는 데 그치지 않고, 소멸의 최전선에 선 지역에 새로운 가능성을 심는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By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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