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강원도는 축제로 뒤덮인다. 삼척 비치 썸 페스티벌, 영월 동강뗏목축제, 홍천 찰옥수수 축제, 평창 더위사냥 축제…. 7월 하순부터 8월 초까지 강원 남부권에서만 열리는 축제가 손에 꼽기도 벅찰 정도다. 여기에 봄이면 유채꽃과 장미, 가을이면 단풍과 특산물, 겨울이면 눈꽃까지 더하면 강원도의 열여덟 개 시·군은 사실상 일 년 내내 축제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축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축제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그것도 서로 닮은 축제가 너무 많다.

계절 쏠림이 만드는 비효율

강원 남부권 축제 일정을 놓고 보면 7월 말~8월 초에 행사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인력과 예산, 관심이 같은 시기에 분산되니 축제 하나하나의 밀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방문객 입장에서도 “이 주말에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지, “이 축제만큼은 놓치지 말아야지” 하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 축제 기획자들이 흔히 하는 말로 “여름 한 철 장사”라는 표현이 있다. 그 한 철에 모든 지자체가 한꺼번에 좌판을 펴놓으니, 정작 손님은 나뉘고 상인들끼리 경쟁만 치열해지는 구조다.

“축제 =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공식, 정말 맞는가

지자체 보도자료마다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올봄 삼척 장미축제는 방문객 13만 8천 명, 경제효과 129억 원이라는 성과를 냈다고 발표됐다. 분명 의미 있는 숫자다. 그러나 이런 성과가 나온 축제는 소수이고, 대다수의 중소형 축제는 방문객 수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않거나, 집계하더라도 그 돈이 실제로 지역 상권에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불투명하다.

축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외부 대행사 용역비, 초청 가수 출연료, 무대·조명 설치비로 나가는 구조라면, “경제효과 OO억 원”이라는 숫자는 방문객이 쓴 돈의 총합일 뿐 지역에 실제로 남는 돈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축제가 끝난 뒤 남는 것이 현수막 쓰레기와 정산 서류뿐이라면, 그 축제는 지역경제를 살렸다기보다 예산을 소비했다고 보는 편이 정직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 축제를 만드는가

동강뗏목축제나 정선아랑제처럼 그 지역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진 축제는 다르다. 뗏목과 아리랑은 다른 지자체가 그대로 베껴 올 수 없는 자산이다. 반면 트로트 가수 초청 공연, 물놀이 시설, 먹거리 부스는 강원도 어느 축제에 가도 비슷하다. 이런 축제는 방문객의 기억에 지역의 이름 대신 “여름밤 축제”라는 인상만 남긴다.

축제가 지역경제에 진짜 보탬이 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그 지역을 다시 찾게 만드는 콘텐츠여야 한다. 축제는 미끼일 뿐, 진짜 목적은 재방문이다. 둘째, 예산이 외부로 새지 않고 지역 상인, 지역 농가, 지역 청년 인력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삼척시가 최근 지역 시멘트 기업과 ‘외식데이 상생협약’을 맺은 것처럼, 축제가 아니어도 지역 소비를 만드는 상시적 장치가 오히려 더 근본적인 해법일 수 있다. 셋째, 옆 동네와 경쟁하지 말고 역할을 나눠야 한다. 삼척은 바다, 태백은 산, 정선은 계곡과 레저, 영월은 역사와 강. 강원 남부권 다섯 개 시·군이 저마다의 색깔로 사계절 코스를 만든다면, 지금처럼 여름 한철에 몰려 서로의 손님을 나눠 먹는 대신 일 년 내내 사람이 오가는 벨트를 만들 수 있다.

축제의 성적표, 이제는 냉정하게 매길 때

강원도가 최근 지역언론사와 함께 매달 추천 여행지를 선정하고, 18개 시·군이 서울 명동에 통합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처럼, 개별 지자체 단위가 아니라 ‘강원’이라는 단위로 협력하는 시도는 옳은 방향이다. 다만 이런 협력이 성과를 내려면, 축제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이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방문객 수만 부풀려 보고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재방문율, 지역 상권 매출 증가분, 숙박 연계 효과 같은 실질 지표로 축제의 성적표를 매겨야 한다. 성과 없는 축제는 과감히 통폐합하고, 그 예산을 콘텐츠가 확실한 축제에 몰아주는 것. 그것이 축제 개수로 실적을 자랑하는 시대를 끝내고, 축제 하나가 지역을 먹여 살리는 시대로 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여름은 짧고, 강원도의 축제는 많다. 이제는 양이 아니라 무엇이 남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

By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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