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고령화의 늪에 빠진 농업,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입은 첨단 ‘스마트팜’이 폐광지역의 새로운 대체 산업이자 청년 유입의 핵심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연일 40도를 오르내리는 역대급 폭염과 변덕스러운 게릴라성 폭우는 전통적인 노지 재배가 한계에 직면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농촌의 급격한 고령화와 일손 부족 현상까지 겹치면서 지역 농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기후와 장소의 제약을 뛰어넘는 ‘스마트팜(Smart Farm)’이 전 세계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산업 대전환기를 맞은 강원 남부 지역(삼척, 태백, 정선, 영월)에 스마트팜은 단순한 농업 기술을 넘어 지역 경제를 재편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감(感) 대신 데이터,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실내의 마법’

과거의 농업이 농부의 직관과 오랜 경험, 그리고 날씨에 의존했다면, 스마트팜은 철저한 데이터 과학이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온도, 습도, 일조량, 토양 상태를 24시간 분석하고 최적의 생육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외부 기상 조건과 무관하게 365일 균일하고 우수한 품질의 작물을 생산할 수 있어, 기상이변이 일상이 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완벽한 식량 안보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폐광산과 유휴 부지의 화려한 변신, 강원 남부형 수직농장

스마트팜 중에서도 아파트처럼 층층이 작물을 재배하는 수직농장(Vertical Farm)은 공간 효율성이 극대화된 모델이다. 이는 태백, 정선 등 석탄산업 전환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운영이 중단된 폐광산의 갱도나 유휴 부지를 수직농장으로 개조할 경우, 갱도 특유의 연중 서늘하고 일정한 온도를 활용해 냉난방 에너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석탄을 캐던 검은 땅이 첨단 농업을 꽃피우는 푸른 혁신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지하 막장과 버려진 산업 유산을 활용한 스마트팜은 강원 남부의 훌륭한 대체 산업이자, 지역의 스토리를 담은 산업 관광 자원으로도 가치가 높다.

‘청년 창업농’을 부르는 매력적인 디지털 비즈니스

스마트팜은 농업을 힘든 육체노동에서 고부가가치 지식·기술 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스마트폰과 노트북만으로 원격 제어가 가능해지면서, 흙을 묻히지 않고도 억대 매출을 올리는 ‘디지털 농부’들이 탄생하고 있다. 이는 도심의 빌딩 숲을 떠나 자기 주도적인 1인 비즈니스를 꿈꾸는 청년들을 강원 남부로 불러들이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지자체가 청년 공공임대주택이나 로컬 비즈니스 스쿨과 연계해 스마트팜 창업을 지원한다면 획기적인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스마트팜에서 정밀하게 제어되어 재배된 고품질의 농산물은 지역 F&B 창업가나 로컬 양조장에게 최고의 식재료가 된다. 지역 스마트팜에서 갓 수확한 과일이나 옥수수 등이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로컬 디저트나 수제 막걸리로 재탄생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한다면 지역 상권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농업은 이제 1차 산업에 머물러 있지 않다. 기후 변화의 파고를 넘고 청년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강원 남부 지자체들은 과감한 투자와 규제 혁신으로 스마트팜을 지역의 새로운 ‘성장 앵커(Anchor)’로 키워내야 할 시점이다.

By Editor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