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자연장 보편화, 스몰 장례 확산… 허례허식 벗어난 실속형 장례 트렌드
- 불투명한 상술과 과도한 비용 부담은 여전… 유족의 애도 가로막는 획일화된 구조 개선 시급
- ‘체면’ 대신 고인의 삶을 회고하는 선진국 사례, 성숙한 애도 문화의 거울로 삼아야
[로컬라인 편집국]
장례는 한 사회가 생명과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거울이다. 유교적 효(孝) 관념과 자본주의적 상술이 뒤섞인 오늘날 한국의 장례 문화는 깊은 변화와 성찰의 기로에 서 있다.
장례 문화, 형식은 이미 바뀌고 있다. 3일장과 매장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에 맞물려 장례 방식은 빠르게 재편되는 중이다. 전국 화장률이 90%를 넘어서면서 수목장·잔디장 등 자연장과 해양 산골(화장한 유골의 가루를 바다에 뿌려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친환경 자연장례 방식)이 주류가 됐다. 조문객을 대규모로 받는 대신 직계 가족만 모이는 소규모 가족장, 무빈소 장례도 늘고 있다. 죽음을 금기시하던 문화에서 벗어나 스스로 장례 방식을 정리하는 ‘웰다잉(Well-Dying)’ 문화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상술의 구조는 그대로다. 형식은 실속형으로 바뀌었어도, 현장에는 유족의 슬픔과 경황없는 처지를 악용한 불투명한 상술이 여전히 남아 있다. 기본 이용료 외에 고가의 옵션을 유도하는 이른바 ‘죄책감 마케팅’이 빈번하고, 장례식장 자체 식음료 주문 단위가 불합리하게 설정돼 접대비가 전체 장례 비용의 절반을 넘기도 한다. 장례식장에서 3일 내내 조문객에게 육개장을 대접하고 맞절을 하느라, 정작 유족은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기거나 슬픔을 추스를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 씁쓸한 현실이다.
선진국은 ‘애도’에 방점을 찍는다. 미국과 유럽은 뷰잉(Viewing)과 메모리얼 서비스를 통해 고인의 삶을 회고하고 축복하는 열린 추모 분위기를 지향한다. 일본은 생전에 장례와 유품 정리를 스스로 설계하는 ‘종활(終活)’ 문화와, 곡(哭) 없이 간소하게 치르는 ‘직장(直葬)’이 대중화됐다. 북유럽은 공공 중심의 장례 관리와 소박한 목관 사용으로 탄소 저감을 실천하고 있다. 형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체면이 아니라 고인의 삶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결국 답은 ‘태도의 전환’에 있다. 조의금 액수나 조화의 수로 고인의 사회적 위세를 과시하는 관행을 버리고, 고인이 세상에 남긴 가치와 추억을 나누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동시에 지자체와 공공 부문이 표준화된 장례 비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누구나 과도한 경제적 부담 없이 존엄하게 떠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한 인간이 살아온 궤적을 완성하는 마지막 문장이다. 고인에게는 평안한 마무리를, 유족에게는 온전한 치유를 주는 품격 있는 장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우리 지역 사회부터 ‘체면’을 걷어내고 ‘진정한 애도’에 집중하는 인식의 전환을 고민해 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