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식품부, 16일 태백시를 ‘2026년 스마트축산단지조성사업’ 대상자 최종 선정… 국내 첫 산란계 스마트단지
  • 삼척시, 절차적 정당성 문제 삼아 감사청구·국민권익위 분쟁조정·법적 대응 공식 검토
  • 그동안 자제해온 도계 풍력발전·폐기물매립시설도 재추진… “태백 배려는 끝났다”

[로컬라인=태백·삼척]

3주 가까이 이어진 태백-삼척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6일 태백시를 ‘2026년 스마트축산단지조성사업’ 최종 대상지로 선정하면서다. 태백은 폐광 이후 최대 규모 대체산업을 확보하며 환호하는 분위기지만, 삼척은 곧바로 감사청구와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태백시 발표와 삼척시 대응을 함께 짚어본다.

■ 태백, 국내 첫 산란계 스마트축산단지 유치 확정

농식품부는 이날 태백시 상사미동 일원 45ha 부지에 산란계 320만 마리 규모의 스마트축산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최종 승인했다. 사업비는 총 4,839억 원(국비 178억·지방비 82억·민간투자 및 융자 4,579억)이며, 경기 포천에 있는 가농바이오가 태백으로 이전해 단지를 운영한다. 완공 목표는 2031년이다. 하루 계란 생산량은 186만 개로, 전국 하루 생산량의 3.7%에 해당한다. 새 일자리는 약 355개로 추산된다.

태백시 인구는 1986년 11만5,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석탄산업 쇠퇴와 함께 줄어 올해 3만6,700명까지 떨어진 상태다. 시는 이번 유치를 인구 유입의 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는 토목·분뇨·가축방역·환경관리 등 9개 분야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평가단을 통해 계획을 심사했으며, 열대야가 없는 고지대 기후로 폭염 피해가 적고 철새도래지가 없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위험이 낮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배경에는 계란 수급 불안이 있다. 그간 AI 확산에 따른 살처분과 폭염에 따른 산란율 저하로 계란 생산 차질이 반복돼 왔고, 2027년 9월부터는 산란계 사육 케이지 면적 기준이 마리당 0.05㎡에서 0.075㎡로 강화돼 생산 여건이 더 빠듯해질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태백 단지가 계란 수급·가격 안정과 식량자급률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백시는 계란을 소재로 한 체류형 체험시설을 조성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바이오매스 발전시설을 지어 계분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 뒤 발전 수익 일부를 인근 주민과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청년농을 위한 스마트산란계 교육실습장도 함께 조성할 계획이다.

■ 삼척, “협의 없었다”… 감사청구·법적대응 카드 꺼내

삼척시는 선정 발표 직후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사업 예정지가 삼척시 도계읍 생활권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고 축산분뇨로 인한 악취, 오십천 수계·지하수 오염, 수자원 고갈 등 환경 피해가 우려되는데도 삼척시와의 협의나 의견조회, 주민의견 수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삼척시는 도계읍에서 추진 중인 중입자가속기 클러스터, 2,000여 명이 재학 중인 강원대 도계캠퍼스의 학습환경, 제2 블랙밸리 골프장 등 관광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와 태백시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적정성과 행정의 정당성이 확보됐는지 따지기 위해 감사 청구와 국민권익위원회 분쟁조정 등 제도적 절차, 나아가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사업 예정지 진·출입에 삼척시 관할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점을 활용해, 도로점용·개발행위 등 인허가 사항에도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그동안 태백시를 배려해 자제해온 개발사업까지 다시 꺼내들었다는 점이다. 삼척시는 축산단지 예정지와 맞닿은 도계읍 점리 일원에 3~4년 전부터 추진하다 미뤄뒀던 50MW급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재추진하고, 10만㎥ 규모 폐기물 매립시설 입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삼척시 관계자는 삼척시 피해가 없는 곳에서 추진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지자체 간 상생과 주민 권익을 고려한 합리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축산단지 반대 삼척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도 사업 예정지 앞 거점집회를 이어가며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태백은 환영 일색… 두 도시 온도차 뚜렷

태백 쪽 분위기는 정반대다. 그동안 태백시현안대책위원회(현대위)를 비롯해 통장협의회·주민자치협의회·여성단체협의회 등 사회단체와 60여 개 교회가 잇따라 유치를 지지해왔다. 현대위는 지난 11일에도 삼척시의회의 철회 요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반면 삼척시의회는 지난 9일 건립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고, 이번 확정 발표로 양측의 온도차는 더 극명해졌다.

■ 전망: 국책사업 확정에도 갈등은 ‘현재진행형’

정부 공모사업이 최종 확정됐다고 해서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삼척시가 행정 차원의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갈등은 인허가·환경영향평가 단계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감사청구나 국민권익위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사업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으로 진행될 환경영향평가와 인허가 절차, 삼척시의 실제 법적 대응 착수 여부도 주목해봐야 할 변수다.

강원남부 석탄산업전환지역이라는 공동체로 묶여있는 두 도시의 갈등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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