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두쇠 황부자와 착한 며느리의 엇갈린 운명… 삽화로 보는 황지연못 이야기
- 천년의 물길이 전하는 권선징악과 가족애의 교훈
[로컬라인=태백]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는 서늘한 청정 고원 도시, 태백. 이 도시의 중심부에는 하루 5천 톤의 맑은 물을 뿜어내며 낙동강 1,300리의 장엄한 여정을 시작하는 신비로운 연못이 있다. 바로 ‘황지연못(黃池)’이다.
빌딩 숲 한가운데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이 맑은 연못 아래에는,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한 가족의 기막힌 사연이 가라앉아 있다.

[삽화 설명] 장대비가 쏟아지는 밤, 앞장선 노승을 따라 피신하던 며느리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놀라 금기를 깨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먼발치 아래로 황부자의 집터가 땅 밑으로 꺼지며 거대한 연못(황지)으로 변하고 있다. (일러스트=로컬라인 AI)
탁발승에게 쇠똥을 퍼준 구두쇠, 황부자
전설에 따르면, 원래 이 연못 자리는 ‘황부자’라는 억척스러운 부자의 집터였다. 황부자는 재물은 산더미처럼 쌓아두었지만, 인심은 팍팍하기 그지없는 지독한 구두쇠였다.
어느 날, 노승이 찾아와 시주를 청했다. 심술이 난 황부자는 쌀 대신 외양간의 쇠똥을 푹 퍼서 노승의 바리때(승려의 밥그릇)에 던져 넣었다. 이를 숨어서 지켜보던 착한 며느리는 기겁하며 시아버지 몰래 쌀을 퍼서 노승에게 달려가 사죄했다.
며느리의 고운 심성에 감복한 노승은 이렇게 경고했다. “며칠 뒤 이 집터에 큰 재앙이 닥칠 것이니, 살려거든 나를 따라오시오. 단,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절대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되오.”
며느리는 왜 뒤를 돌아보았을까?
며칠 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천둥 번개가 치며 황부자의 집터가 땅 밑으로 푹 꺼지기 시작했다. 뇌성벽력 속에서 노승을 따라 피신하던 며느리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시아버지의 비명과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에 그만 금기를 깨고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결국 황부자의 집터는 물이 솟구쳐 거대한 연못(황지)이 되었고, 뒤를 돌아본 며느리는 그 자리에 굳어 돌기둥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다. 현재 황지연못의 상지(上池)는 황부자의 집터, 중지(中池)는 방앗간 터, 하지(下池)는 화장실 터였다고 전해진다.
💡 로컬라인 스토리 인사이트
“단순한 권선징악의 옛날이야기 같지만, 며느리가 뒤를 돌아본 이유는 다름 아닌 ‘가족에 대한 연민’이었습니다. 태백 시민들은 이 며느리의 착하고 애틋한 마음을 기리기 위해, 매주 주말 황지연못 인근에서 **’황부자며느리 야시장’**을 엽니다. 전설 속 인물들이 2026년 오늘날, 지역 경제를 살리고 관광객을 맞이하는 훌륭한 문화 콘텐츠로 부활한 셈입니다.”
오늘 저녁, 태백 황지연못을 걷게 된다면 맑은 물빛 너머로 황부자의 헛기침 소리와 며느리의 다급한 발걸음을 상상해 보자. 발길 닿는 곳마다 스토리가 살아 숨 쉬는 곳, 강원 남부 여행의 진짜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행 정보]
- 위치: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황지연못길 12
- 주변 명소: 황부자며느리 야시장 (매주 금/토 운영), 태백산 국립공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