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정선 사북 뿌리공원에서는 의미 깊은 행사가 열렸다. 바로 1995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인한 지역 붕괴 위기 속에서 생존 기반을 지키기 위해 일어났던 ‘3·3 주민운동’의 제31주년 기념식이다. 31년 전, 폐광지역의 급격한 쇠퇴 국면에서 주민들의 결집된 외침은 석탄산업전환지역 경제 회생을 위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고, 그 치열했던 연대와 희생의 결실로 탄생한 것이 지금의 강원랜드다. 하지만 31년이 지난 현재, 지역 주민들은 또다시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느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지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최대 쟁점은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카지노 자금세탁방지(AML) 제도 개정’, 이른바 카지노 고객확인제도 확대 계획이다. 금액과 무관하게 카지노 이용객의 개인정보를 폭넓게 확인하고 기록하는 규제가 현장에 도입될 경우, 강원랜드 이용객 감소와 영업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제는 이 타격이 단순히 기업의 매출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지노 매출액의 하락은 곧바로 지역 경제의 명줄인 ‘폐광지역개발기금(폐기금)’ 및 지방세수의 대폭 감소로 직결된다. 이는 정선, 태백, 삼척, 영월 등 석탄산업전환지역 4개 시·군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 간신히 버티고 있는 지방소멸 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정선군과 군의회, 강원랜드,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원팀’으로 뭉쳐 과도한 규제를 온몸으로 막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강원랜드는 안팎으로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건비 인상과 노후 시설 교체 등에 따른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증가로 단기적인 수익성 방어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강원랜드는 비카지노 부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는 수조 원 규모의 ‘K-HIT(하이원 통합관광)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글로벌 복합리조트로의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토록 중차대한 전환의 시기에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중앙부처의 단편적 규제는 지역 발전의 싹을 자르는 행위다. 게다가 3조 원대의 거대 프로젝트를 이끌고 오사카 등 주변국 복합리조트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신임 경영진 자리에 안보·공공 영역 출신 인사들이 대거 선임되면서, 글로벌 레저 산업 트렌드를 꿰뚫는 전문성 입증이라는 무거운 숙제까지 안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랜드는 단순한 사행 산업체가 아니다.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과 희생 위에 세워진 상생의 결정체이자 인구소멸지역의 든든한 경제적 버팀목 역할을 하는 핵심 앵커기업이다. 정부는 획일적인 금융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기 전에 석탄산업전환지역의 경제 회생이라는 강원랜드의 태생적 설립 취지와 지역의 특수성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대체산업이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전환기적 상황을 감안해, 중앙정부는 과도한 규제를 철회하고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완충 대책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그것이 국가 에너지 공급을 위해 지하 막장에서 청춘을 바친 폐광지역 주민들에 대한 진정한 ‘특별한 보상’일 것이다.

By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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