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자 갈등의 진원지, 강원 남부 대표 기업들의 명암(明暗)
  • 단순 기부 넘어선 ‘공유가치창출(CSV)’과 투명한 환경·ESG 경영 절실
  • 독일 루르(Ruhr) 공업지대의 교훈… 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그리는 백년대계 필요

[로컬라인=편집국]

강원 남부 4개 시·군(삼척, 태백, 정선, 영월)을 지탱하는 경제의 축은 단연 지역에 둥지를 튼 대기업과 공기업들이다. 정선의 강원랜드, 삼척과 영월의 시멘트·발전 산업 등은 과거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붕괴 직전에 놓였던 지역 경제에 산소호흡기 역할을 해왔다. 이들이 창출하는 막대한 세수와 직접 고용, 그리고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미치는 낙수효과는 강원 남부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할 정도로 그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화려한 기여도의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도 존재한다. 기업과 지역사회는 종종 ‘위태로운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인 강원랜드의 경우, 설립 이후 수십 년간 폐광지역 경제를 견인해 왔으나 ‘카지노 의존도’라는 꼬리표와 함께 도박 중독 등 각종 사회적 부작용의 멍에를 짊어져 왔다. 수조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정작 사북·고한 등 골목 상권의 영세한 주민들은 철저히 소외감을 느끼는 ‘섬’과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발표한 ‘K-HIT(하이원 통합관광) 프로젝트’ 등 글로벌 리조트로의 도약 시도는 긍정적이나, 이것이 지역의 실질적 체감 경기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삼척과 영월 등지에 자리한 시멘트 및 에너지 발전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이들은 일자리 창출과 발전 기금, 아동센터 후원 등 다양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동시에 심각한 ‘환경 리스크’로 지역 주민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삼척 시멘트 공장의 ‘다이옥신 초과 배출’ 및 ‘꼼수 점검’ 의혹은 기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기업의 이윤 추구가 주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침해할 때, 아무리 많은 후원금을 낸다 한들 그것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갈등의 평행선을 어떻게 끊어내고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해외의 성공적인 산업구조 전환 사례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독일의 ‘루르(Ruhr) 공업지대’는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과거 유럽 최대의 석탄·철강 산업 단지였던 이곳은 20세기 후반 산업의 쇠퇴와 극심한 환경 오염으로 붕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지자체와 입주 기업, 시민사회가 ‘이바 엠셔 파크(IBA Emscher Park)’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통해 손을 잡았다. 기업들은 폐쇄된 공장과 광산을 철거하는 대신 산업 유산으로 보존하여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고, 환경 복원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지자체는 파격적인 행정 지원으로 친환경 에너지와 IT 기업들을 유치했다. 그 결과 루르 지역은 현재 유럽을 대표하는 생태·문화 중심지이자 첨단 산업의 메카로 부활했다.

강원 남부 역시 이제는 낡은 프레임을 깨야 한다. 기업과 지자체의 상생을 위한 세 가지 제언을 덧붙인다.

첫째, 기업은 시혜성 기부를 넘어 ‘공유가치창출(CSV)’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명절에 쌀을 돌리고 발전 기금을 쾌척하는 1차원적 사회공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강원랜드가 지역 농가의 식자재를 전량 수매하여 하이엔드 다이닝으로 재탄생시키거나, 에너지 기업들이 폐광지역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지역 주민과 수익을 공유하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단지를 짓는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보여주기식’이 아닌 투명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실천이다. 특히 시멘트·발전 업계는 환경 문제에 대해 투명하고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오염 물질 배출 저감을 위한 설비 투자를 아끼지 말고, 지자체 및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상시 환경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지역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셋째, 지자체는 단순한 ‘규제자’나 ‘기부금 수혜자’에서 벗어나 든든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기업을 향해 무조건적인 양보나 지원만 압박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지역 내에서 신사업(수소산업, 산림·웰니스 레저 등)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혁파와 행정적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추진 중인 ‘기회발전특구’ 지정이나 ‘국방·산림 규제 해제’와 같은 거시적 인프라 조성이 그 좋은 예다.

강원 남부 지역과 대표 기업들은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온전할 수 없는 ‘운명 공동체’다. 갈등과 불신의 비용을 줄이고, 투명한 소통과 혁신을 바탕으로 진정한 상생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야 할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By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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