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에서 골목상권으로 번지는 밤의 축제…성과는 방문객 숫자보다 지역에 남는 소비와 이야기로 평가해야

해가 지면 관광도 끝나던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낮 동안 문을 열었던 문화유산이 밤의 무대가 되고, 조용하던 골목에 해설과 공연, 먹거리와 장터가 들어선다. 밤에 걷는다는 뜻의 ‘야행’은 이제 지역축제의 익숙한 이름이 됐다.

확산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문화재청이 2016년 소개한 ‘문화재 야행 10선’은 문화유산과 주변 역사문화자원을 연결하는 야간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국가유산청의 국가유산 야행 사업 선정 규모는 2025년 47건, 2026년 55건으로 늘었다. 다만 이는 해당 공모사업의 선정 건수이며, 전국의 모든 야간축제를 집계한 수치는 아니다.

야행의 확산을 단순한 조명 연출의 유행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역이 관광객에게 내놓을 경험을 넓히고, 관광객이 떠나는 시간을 늦추려는 변화가 그 안에 담겨 있다. 동시에 문화유산을 대하는 방식,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도 함께 바뀌고 있다.

밤 산책은 어떻게 축제가 됐나

밤을 즐기는 문화 자체가 새롭게 생긴 것은 아니다. 달맞이와 밤마실, 장터와 여름밤의 놀이처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밤을 공동체의 시간으로 사용했다. 오늘날의 야행은 이러한 밤의 감각을 현대적인 관광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책적 전환점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관람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안에서 이야기를 듣고 문화를 경험하도록 한 데 있다. 2016년 문화재 야행도 야경·거리 걷기·역사 이야기·공연·음식·숙박 등을 결합하도록 구성됐다. 처음부터 밤의 경관과 지역의 생활을 함께 엮는 구조였던 셈이다.

여기에 지자체의 체류형 관광 수요가 맞물렸다. 낮 관광만으로는 방문객이 저녁 전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쉽다. 반면 밤에 볼거리와 참여할 일이 있으면 저녁 식사와 추가 체류를 선택할 이유가 생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을 추진한 것도 이러한 정책 방향과 연결된다.

운영 측면에서도 산책 프로그램은 축제로 확장되기 쉽다. 야간 개방에 필요한 조명과 안전관리, 인력이 마련되면 그 주변에 해설과 공연, 체험과 장터를 결합할 수 있다. 같은 장소와 시간에 여러 경험이 모이면서 하나의 축제 일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사진과 짧은 영상으로 전달하기 좋은 야경, 낮과 다른 공간을 만나는 특별함도 이 형식의 확산을 설명하는 요소다. 다만 이러한 매력이 곧바로 지역경제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효과의 핵심은 ‘늦게까지 머무는 사람’이다

야행의 경제적 가능성은 관광객의 하루를 연장한다는 데 있다. 오후에 관광을 마치고 떠날 사람이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고, 숙박까지 한다면 지역에서 발생하는 소비의 범위가 넓어진다. 식당과 카페, 숙박업소뿐 아니라 해설사와 공연자, 공예가와 지역상품 판매자에게도 일감이 생길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용한 한국관광공사의 ‘2022년 야간관광 실태조사’는 야간관광의 연간 생산유발효과를 약 1조3,592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는 전국 야간관광에 관한 경제적 파급효과 추정치다. 특정 야행 축제의 매출이나 지자체의 순수익을 뜻하지 않는다.

바로 이 구분이 중요하다. 축제장에 사람이 많다는 사실과 주변 상인의 매출이 늘었다는 사실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행사장 안에서 공연과 식사, 쇼핑이 모두 끝나면 주변 골목까지 소비가 번지지 않을 수 있다. 외지 업체가 주요 판매 공간을 차지하거나 시설과 운영을 외부에 크게 의존한다면 지출의 상당 부분이 지역 밖으로 나갈 수도 있다. 주민이 평소 다른 곳에서 쓰던 돈을 축제장에서 쓴 경우에는 지역 전체의 추가 소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방문객 집계 다음 단계의 평가다. 외지 방문객 비중과 숙박 전환율, 주변 상권의 매출 변화, 지역업체 참여와 조달 비중을 함께 살펴야 한다. 매출을 비교할 때도 평소 같은 요일과 계절, 날씨 등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공연 종료 시간을 늦추는 것만으로 숙박이 늘지는 않는다. 숙소와 식당의 영업시간, 귀가 교통편, 다음 날 아침에 즐길 프로그램까지 연결돼야 한다. 야행의 경제효과는 무대 하나보다 도시 전체의 운영에서 결정된다.

문화유산을 다시 보게 하지만, 어디서나 같은 밤이 될 수도 있다

문화적 관점에서 야행의 가치는 익숙한 장소를 새롭게 읽게 한다는 데 있다. 낮에는 지나쳤던 건축의 모습과 골목의 흔적이 밤에는 다른 감각으로 다가온다. 해설과 공연이 더해지면 문화유산은 설명판 속 과거에서 현재의 경험으로 옮겨온다.

지난 10월 17∼18일 일정으로 마련된 삼척 국가유산 야행도 죽서루 일원에 야경·공연·전시·먹거리·장터를 결합하는 구성이었다. 이는 국가유산과 지역의 밤 문화를 연결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다만 행사 구성만으로 상권 매출이나 숙박 증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지역마다 비슷한 조명과 포토존, 비슷한 공연과 먹거리로 채워질 때다. 장소의 이름을 바꾸어도 프로그램이 그대로 성립한다면 지역문화가 충분히 반영됐는지 돌아봐야 한다.

죽서루의 밤이라면 누각과 강, 그 주변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이 중심이 될 수 있다. 폐광지역의 밤이라면 광부의 교대와 귀갓길, 사택 골목과 가족의 생활사가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지역 주민이 알고 있는 작은 이야기는 다른 도시가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자산이다.

빛은 그 이야기를 드러내는 수단이어야 한다. 연출의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문화유산의 보존과 주변 경관, 밤의 고요함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시민에게는 문화의 기회이자 생활의 부담이다

야행은 관광객을 위한 상품이면서 주민이 자기 도시를 다시 만나는 기회다. 가까운 곳에서 가족이 함께 문화행사를 즐기고, 청년 창작자와 상인이 활동하며, 어르신의 기억이 해설과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다. 주민이 기획과 운영에 참여한다면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세대 간 교류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관광객에게 즐거운 밤이 인근 주민에게는 소음과 주차난, 쓰레기와 통행 불편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야간 노동자의 부담도 빼놓을 수 없다. 축제의 편익을 누리는 사람과 비용을 감당하는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주민 의견을 행사 전에 듣고, 공연 종료와 정리 시간을 예고하며, 보행 안전과 귀가 교통을 마련하는 일은 축제의 기본 운영에 속한다. 유모차와 휠체어 이용자, 고령자도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밤의 문화를 넓힌다는 말에는 누가 그 밤을 함께 누릴 수 있는지도 포함돼야 한다.

강원 남부에 필요한 것은 ‘머물 이유가 있는 밤’이다

삼척·태백·정선·영월은 야간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 자연경관과 역사문화, 산업유산과 생활사를 함께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지역 간 이동거리와 야간 교통, 계절별 기온을 고려하면 행사 수를 늘리는 접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 지역이 자기만의 저녁 동선을 갖추는 일이 먼저다. 문화유산 관람에서 식사와 골목 산책으로 이어지고, 숙박과 다음 날 일정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돼야 한다. 야행을 찾은 사람이 주변 가게를 발견하고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와 예약 체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큰 축제에서 반응이 좋았던 해설이나 공연을 소규모 정기 프로그램으로 남기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연중 운영 수요가 있는지 확인하면서 지역 해설사와 창작자, 상인에게 지속적인 참여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며칠간의 집객이 일상적인 문화와 경제활동으로 이어질 때 축제의 자산이 쌓인다.

야행은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만능 처방이 아니다. 그러나 지역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잊혔던 이야기를 발견하며,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도시를 경험하게 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

축제가 끝난 다음 날, 주변 가게에 매출이 남았는가. 지역 창작자에게 다음 일이 생겼는가. 주민에게 자기 동네를 새롭게 바라볼 기억이 남았는가.

지역의 밤을 밝힌 성과는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평가해야 한다.

By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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