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구려 잉매현서 통일신라 경덕왕 때 ‘정선(旌善)’으로… 1,200년 넘은 인문적 지명
  • 순박한 인정과 근면함 표창한다는 ‘기 정(旌)·착할 선(善)’… 아리랑의 심성으로 승화
  • 동강과 조양강의 거친 물길 딛고 산업·생태 공존하는 글로벌 웰니스 거점 도약

[로컬라인=정선]

굽이치는 조양강과 동강의 푸른 물줄기, 사방을 둘러싼 천 길 벼랑과 험준한 산세. 강원 남부의 심장부에 자리한 정선(旌善)은 자연의 풍광만큼이나 그 이름에 깃든 인문학적 향기가 짙은 고장이다. 1,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이 불려온 ‘정선’이라는 이름에는 거친 산간지대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온 사람들의 착하고 고결한 품성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삼국시대 초기 고구려 영토였던 시절, 이곳은 ‘잉매현(仍買縣)’으로 불렸다. 고구려어로 ‘잉매’는 풍부한 샘물이나 울창한 나무를 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통일신라 경덕왕 16년(757년), 전국의 지명을 한자로 정비하는 과정에서 마침내 ‘정선현(旌善縣)’이라는 고결한 이름이 탄생했다. 고려시대에 잠시 삼봉(三鳳)이나 도원(桃源) 등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공민왕 때 다시 정선으로 복원되어 조선 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삽화설명] ‘착함을 드러낸다(旌善)’는 인문적 지명 유래와 아우라지 물길을 오가던 뗏목 떼꾼들의 삶, 그리고 첩첩산중을 보듬는 순박한 공동체의 정서를 담았다.

‘기 정(旌)’ 자에 ‘착할 선(善)’ 자를 쓰는 정선(旌善)은 글자 그대로 ‘착하고 어진 행실을 높이 드러내어 표창한다’는 뜻을 지닌다. 예로부터 첩첩산중에 묻혀 살던 정선 사람들은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웃 간에 우애가 깊었으며, 생업에 지극히 근면하여 그 순박하고 아름다운 풍속이 널리 알려졌다. 지배자의 권위가 아닌, 백성들의 어질고 선한 심성을 도시의 이름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대단히 드물고 따뜻한 지명 유래다.

정선이라는 이름에 담긴 ‘착함(善)’은 결코 나약함이 아니다. 거친 물살에 목숨을 걸고 한양으로 목재를 나르던 떼꾼들의 한과 사랑, 삶의 고단함을 예술로 승화시킨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정선 아리랑’의 끈질긴 생명력이 바로 이 착한 심성에서 비롯됐다. 오늘날 폐광의 아픔을 딛고 세계적인 산림 웰니스와 문화 관광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정선의 저력은, 1,200년 전 지명에 아로새겨진 선한 연대의 힘에서 출발한다.

아우라지 나루터에 서서 바람에 실려 오는 아리랑 한 자락을 듣노라면, 모진 세월 속에서도 착함을 잃지 않고 희망을 노래했던 정선 사람들의 맑은 영혼이 강물처럼 마음에 와닿는다.

By Editor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