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군 신화의 ‘태백산’에서 유래… ‘밝달(배달)’의 어원 품은 민족혼의 진산
- 삼척군 상장면·장성·황지 거쳐 1981년 고원 도시 ‘태백시’로 우뚝 서다
- 석탄 산업의 영화(榮華) 딛고 청정 고원과 청정에너지의 메카로 미래 개척
[로컬라인=태백]
해발 700m 이상의 아늑한 고원 분지,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는 서늘한 바람과 밤이면 은하수가 쏟아지는 도시 태백(太白).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도시 전체가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太白山)’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아 태어난 아주 특별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태백이라는 이름의 뿌리는 한민족의 개국 신화가 담긴 삼국유사의 ‘태백산’까지 닿아 있다. 환웅이 인간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무리 3천을 이끌고 신시(神市)를 열었다는 신성한 공간이 바로 태백산이다. 한자로는 ‘클 태(太)’에 ‘밝을 백(白)’을 쓰는데, 이는 순우리말 고어인 ‘밝달(배달)’ 혹은 ‘한밝’에서 유래한 것이다. 즉, 태백은 ‘가장 크고 성스러우며,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밝은 산과 땅’이라는 숭고한 뜻을 품고 있다.

[삽화설명] 단군 신화와 민족혼이 깃든 ‘크고 밝은 뫼(태백산)’의 의미를 살려 천제단 능선 위로 쏟아지는 신성한 황금빛 아침 서광과 웅장한 백두대간의 연봉을 담았다.
행정구역으로서 태백의 역사는 역동적이었다. 조선시대 삼척부의 서쪽 높은 고개 너머에 있다 하여 ‘상장면(上長面)’이라 불리던 이곳은 20세기 중반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이끈 석탄 산업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검은 노다지를 찾아 전국에서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며 장성읍과 황지읍으로 분리·성장했고, 마침내 1981년 두 읍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민족의 명산 이름을 따 ‘태백시’라는 당당한 시(市)로 공식 출범했다.
태백은 ‘지하 막장의 어둠’ 속에서 피땀 흘려 대한민국의 밤을 밝힌 광부들의 헌신과, ‘크고 밝은 땅’이라는 지명의 본래 뜻이 가장 극적으로 교차하는 공간이다. 석탄 산업의 막이 내린 오늘날, 태백이라는 이름은 쇠락의 꼬리표가 아니라 청정 고원의 생태 자원과 미래 청정에너지 도시로 거듭나는 새로운 희망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은 빛을 길어 올렸던 역사처럼, 태백이라는 지명은 그 자체로 도약의 약속이다.
태백산 천제단에 올라 발아래 굽이치는 백두대간의 연봉들을 바라보라. 수천 년 세월 동안 어둠을 물리치고 빛을 밝혀온 이 거룩한 고원의 이름이 왜 ‘태백’이어야만 했는지를 가슴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