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 건의령 대규모 산란계 단지 일방 추진 항의… 2010년 출범 협의체 16년 만에 파경
  • “바람길·오십천 상류 오염 우려에도 무시”… 상호 신뢰와 공동협력 정신 훼손 지적
  • 폐광지역 공동 현안 연대 ‘비상’… 경계지역 갈등 봉합할 광역 중재 기구 부재 민낯

[로컬라인=삼척]

폐광지역이라는 동일한 뿌리를 공유하며 16년간 연대해 온 강원 남부권의 상생 거버넌스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삼척시가 태백시의 건의령 대규모 스마트 산란계(양계) 축산단지 일방 추진에 정면으로 반발하며 ‘석탄산업전환지역 4개 시·군 협의회’를 전격 탈퇴했다.

21일 삼척시는 태백시가 인접 지자체와의 사전 협의 없이 건의령 일대에 대규모 스마트 축산단지 조성을 강행하고 있는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지난 2010년 구성된 석탄산업전환지역 4개 시·군 협의회(삼척시·태백시·정선군·영월군)에서 공식 탈퇴한다고 밝혔다. 4개 시·군이 폐광지역 대체산업과 공동 현안 대응을 위해 손을 잡은 지 16년 만의 초유의 파경이다.

이번 탈퇴의 뇌관이 된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에 선정된 태백시 상사미동 건의령 일원의 ‘스마트 산란계단지 조성사업’이다. 태백시는 폐광 이후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수 대체산업으로 유치를 추진해 왔으나, 해당 부지는 삼척시 도계읍 및 하장면과 맞닿은 경계지역이자 삼척 시민의 식수원인 오십천 최상류에 위치해 있다.

삼척시는 그동안 악취와 분진이 바람길을 타고 도계 시가지로 직격할 수 있고, 가축 분뇨로 인한 수질 오염 및 전염병 확산 우려가 크다며 사업 전면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백시가 공모 선정 이후 후속 행정 절차를 밟아가자 결국 ‘협의회 탈퇴’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한 것이다.

삼척시는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탈퇴 결정은 단순히 개별 사업에 대한 이견 때문만이 아니라, 석탄산업전환지역이라는 공동의 정서를 바탕으로 상호 발전과 협력을 위해 운영해 온 협의회의 기본 신뢰와 연대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들의 건강권과 생존권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타협 없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지방자치 행정의 고질적 맹점인 ‘경계지역 님비(NIMBY) 및 입지 갈등’이 권역 전체의 연대 붕괴로 번진 상징적인 사례다. 이익은 사업을 유치한 지자체가 얻고 환경적 피해는 경계선 너머 이웃 주민이 떠안는 불공정한 구조 속에서, 광역 차원의 강제력 있는 사전 갈등 조정 기구가 작동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한계를 드러냈다. 폐특법 연장 이후 대체산업 육성과 강원랜드 현안 등 산적한 과제 앞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할 4개 시·군의 연대가 깨지면서, 향후 중앙정부 및 국회를 상대로 한 폐광지역의 광역 교섭력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척시의 전격 탈퇴 선언으로 건의령 양계단지를 둘러싼 지자체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강원특별자치도의 중재 리더십과 4개 시·군 단체장들의 대승적 결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폐광지역의 상생 거버넌스는 장기적인 표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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