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 리조트 신축 대신 골목길 빈집·폐상가 유기적 연결… 마을이 곧 호텔 로비
- 주민은 서비스 제공자, 여행자는 ‘임시 주민’… 일상과 문화 향유하는 체류형 혁신
- 정선 고한18번가 마을호텔 사례… ‘강원 남부형 분산 호텔’ 가능성 타진
[로컬라인=글로벌라이프]
지방소멸과 인구 유출로 쇠퇴해 가던 외국의 시골 마을들이 거대한 콘크리트 복합리조트 하나 짓지 않고도 전 세계 여행자를 끌어모으는 명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마을 곳곳에 방치된 빈집과 폐상가를 프런트 오피스, 객실, 레스토랑, 동네 카페 등으로 분산 개조해 마을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특급호텔처럼 운영하는 ‘분산형 호텔(Albergo Diffuso, 알베르고 디푸소)’ 모델이 글로벌 소도시 재생의 핵심 표준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1970년대 후반 지진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 지역에서 처음 고안된 이 방식은 현재 이탈리아 전역의 100여 개 마을을 넘어 스위스, 일본의 산골 마을까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알베르고 디푸소’의 본질은 무분별한 토목 개발이나 신축을 배제하고, 기존 마을의 역사적 건물과 골목길 형태를 온전히 보존하는 데 있다. 중앙 광장의 작은 옛 상점이나 폐우체국이 체크인을 돕는 호텔 리셉션이 되고, 골목길을 따라 흩어져 있는 돌집과 고택들이 각각의 독립된 호텔 객실로 변신한다.
이 모델이 전 세계 MZ세대와 슬로우 트래블러들을 열광시키는 이유는 ‘관광객’이 아닌 ‘동네 주민’의 삶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숙객은 아침이면 객실 문을 열고 나와 돌담길을 걸어 동네 빵집에서 갓 구운 빵으로 조식을 해결하고, 마을 사랑방 같은 카페에서 이웃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다. 저녁에는 마을 공방에서 지역 공예를 배우거나 노포 식당에서 토속 요리를 맛본다. 리조트 담장 안에서 모든 것을 소비하는 폐쇄형 대형 관광지와 달리, 여행자의 지출이 골목 구석구석 마을 주민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가는 완벽한 상생 경제 구조다.
숙박 시설을 운영·관리하는 주체 역시 외부 대기업이 아닌 마을 협동조합이나 청년 크리에이터들이다. 청소, 세탁, 조식 배달, 로컬 가이드 투어 등 호텔 운영에 필요한 일자리가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면서, 방치되던 유휴 자산이 고부가가치 정주 인프라로 부활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분산형 호텔 모델은 인구 감소와 산업 전환의 기로에 선 정선, 태백, 영월, 삼척 등 강원 남부 4개 시·군에 많은 영감을 제시한다. 다만, 이미 경험치가 있는 정선 고한18번가 마을호텔의 사례가 두드러진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