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국·은행·병원 사라진 자리… 마을 잡화점이 행정·택배·원격진료 거점 진화
  • 단순 상품 판매 탈피, 어르신 안부 확인과 생활 심부름 묶은 ‘주민 밀착 컨시어지’

[로컬라인=글로벌라이프]

초고령화와 인구 급감으로 관공서와 은행, 병원은 물론 대형마트까지 속속 철수하며 ‘생활 사막화’를 겪던 해외의 소도시들이 동네 작은 구멍가게를 물류와 복지의 전초기지로 탈바꿈시키며 지역소멸의 돌파구를 열어가고 있다.

일본 도호쿠와 시코쿠 등 대표적인 인구소멸 고령화 지역에서는 최근 작은 동네 식료품점이나 잡화점이 택배 수령 및 발송, 공공 생활민원 서류 발급 대행, 보건소 연계 원격진료 예약, 독거노인 안부 확인까지 도맡아 처리하는 ‘마을 컨시어지(Village Concierge) 상점’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단순한 생필품 판매 기능을 넘어, 주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복합 공공·물류 서비스 창구’ 역할을 민간 상점이 대신 수행한다는 점이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주민이 상점에 들러 장을 보면 직원이 집까지 생필품을 배달하며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병원 방문이 어려운 날에는 가게 안 부스에서 태블릿PC를 통해 대도시 전문의와 화상 원격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지자체는 사라진 공공 출장소 대신 이러한 마을 점포에 소정의 위탁 수수료와 인건비 보조금을 지원하고, 택배사와 약국 등 민간 기업은 배송 거점 및 의약품 수령처로 활용하면서 수익성을 맞춘다. 방치되던 골목 상점이 폐쇄 위기를 벗어나 지역 주민들이 매일 모여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소중한 마을 사랑방이자 생명 안전망으로 부활하는 선순환 구조다.

이 같은 ‘마을 컨시어지 상점’ 모델은 대형 상권과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은 삼척 도계·원덕, 태백 철암, 정선 화암 등 강원 남부 산간 오지 마을에 매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각 지자체가 추진 중인 수요응답형 버스(DRT)나 복지 바우처 사업을 마을 단위 거점 점포와 유기적으로 연계한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복지관이나 행정복지센터 신설 없이도 촘촘한 생활 밀착형 돌봄망을 완성할 수 있다. 쇠락해 가는 동네 골목 점포에 공공과 복지의 온기를 불어넣어 주민의 삶을 지키는 로컬 비즈니스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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