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경량 캠핑 장비 싣고 비포장 임도 누비는 친환경 아웃도어… 유럽 2030 메가 트렌드로 안착
- 속도 경쟁·탄소 배출 털어내고 ‘자연 몰입·슬로우 트래블’ 추구… 장비 생태계까지 급성장
[로컬라인=글로벌라이프]
“초 단위로 속도를 재거나 남을 앞지를 필요가 없다. 짐을 싣고 페달을 밟는 그 순간 이미 목적지에 닿아 있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대형 차량 중심의 오토캠핑과 치열한 속도 경쟁에 매몰됐던 전통 사이클링 문화에서 벗어나 자연의 속도에 맞춰 달리는 새로운 레저가 유럽 전역을 흔들고 있다. 가벼운 캠핑 장비를 두 바퀴 자전거 프레임에 묶은 채 인적이 드문 비포장 임도와 숲길을 누비는 ‘바이시클 패킹(Bikepacking, 바이크패킹)’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아웃도어 시장의 핵심 주류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프랑스 알프스 자락과 독일 블랙포레스트(슈바르츠발트) 일대에서는 매주 주말이면 두꺼운 타이어를 장착한 그래블(Gravel) 바이크에 초경량 텐트와 침낭을 장착하고 출발하는 라이더들의 행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도로 표지판이 잘 닦인 아스팔트 국도를 달리는 대신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는 흙길, 자갈길, 옛 산림 철길을 달린다.
바이크패킹의 가장 큰 매력은 ‘완전한 자립’과 ‘무탄소 자연 몰입’에 있다. 거대한 레저용 차량(RV)을 끌고 다니며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쓰레기 문제에 피로감을 느낀 젊은 세대들이 최소한의 짐만을 챙겨 자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속도를 재는 계측기나 스마트워치의 알림을 끄고, 오직 자신의 호흡과 타이어가 자갈을 긁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달리는 이른바 ‘슬로우 아웃도어’의 결정체다.
유럽 현지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거치용 특수 방수 백팩과 초경량 조리 도구, 친환경 생분해 자전거 용품을 잇따라 쏟아내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지방 소도시들 역시 거대한 도로 인프라를 새로 건설하는 대신, 방치되던 옛 임도와 산길을 연결해 ‘바이크패킹 전용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라이더들을 지역 노포와 농가 민박으로 유도하는 등 지역경제 상생 모델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유럽의 바이크패킹 열풍은 웅장한 백두대간과 청정 해안선을 동시에 품고 있는 강원 남부권(삼척·태백·정선·영월)에 매우 매력적인 관광 모델을 제시한다.
과거 석탄을 운반하던 해발 1,100m 정선의 ‘운탄고도’와 태백산 자락의 산악 트레일, 굽이치는 영월 동강을 따라 펼쳐진 수려한 비포장 숲길, 그리고 푸른 바다를 끼고 달리는 삼척의 해안 도로망은 글로벌 기준에서도 손색없는 천혜의 바이크패킹 코스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토목 공사나 환경 파괴 없이도 기존 산림 임도와 폐광 자원을 친환경 레저 인프라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지자체 입장에서 커다란 이점이다.
대형 버스를 타고 우르르 몰려왔다 떠나는 단발성 관광의 한계를 넘어, 두 바퀴 자전거에 텐트를 싣고 산골마을 골목길에 머물며 현지 식재료를 소비하는 바이크패커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면, 백두대간 숲길은 ‘지속 가능한 청정 로컬 투어리즘’의 심장부로 새롭게 맥박 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