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버 발열·전력난에 신음하는 글로벌 빅테크… 연중 10~15℃ 천연 지하 암반에 눈독
- 갱내수로 냉각 에너지 80% 절감… 친환경 PUE 달성하는 ‘탄소중립 인프라’로 각광
- 거대 지하 갱도 품은 강원남부권… ‘폐광지 미래 먹거리’ 혁신 모델로 적격
[로컬라인=글로벌 비즈니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폭발적 확산으로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전력 소비와 서버 발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버려졌던 석탄 광산이 첨단 슈퍼컴퓨터의 안식처로 환생하고 있다. 지표면 아래 깊숙한 곳에 위치한 폐광의 서늘한 암반과 차가운 갱내수를 활용해 냉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지하 폐광 데이터센터(Subterranean Mine Data Center)’가 북미와 북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친환경 인프라 표준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IT 전문 외신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옛 석탄 채굴지 일대와 노르웨이·핀란드의 폐광산 지역에는 수만 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지하 깊숙이 격납하는 프로젝트가 잇따라 가동 중이다. 대표적으로 노르웨이의 ‘레프달 광산 데이터센터(Lefdal Mine Datacenter)’는 과거 감람석 광산이었던 6층 규모의 거대한 지하 동굴망을 서버실로 개조해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들이 수백 미터 지하 암반으로 서버를 옮겨가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압도적인 에너지 효율’이다. 일반 지상 데이터센터는 서버의 과열을 막기 위해 전체 전력의 상당 부분을 일정 수준의 저온을 유지하는데 사용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갱도는 지속적으로 고이는 천연 냉각수(갱내수)를 열교환 시스템에 직접 연결하면 기계식 냉각 장치를 거의 가동하지 않고도 전력효율지수(PUE)를 이론적 한계치인 1.1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다. 지상 시설 대비 냉각 전력 소비를 최대 80% 이상 절감하는 셈이다.
지하 암반이 선사하는 견고한 물리적 보안성과 무소음 환경, 지상 부지 매입비 절감 역시 강력한 장점이다. 지상에서는 막대한 면적의 토지와 경관 훼손, 송전탑 건립을 둘러싼 민원이 끊이지 않지만, 이미 굴착이 완료된 폐광은 산림 훼손 없이 기존 전력망 인프라를 흡수해 즉시 확장할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테크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은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산업화를 지탱하다 최근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내 폐광지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자체마다 수천억 원을 들여 갱도 차수·정비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지하 수백 미터에 그물망처럼 뻗어 있는 막장과 수중 자원은 여전히 뚜렷한 활용처를 찾지 못한 채 골칫거리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폐광지 대체산업으로 재생에너지와 수소, 청정메탄올 공급망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풍부한 무탄소 전력과 폐광 지하의 천연 냉각 환경을 결합한다면 강원 남부권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저렴하고 지속 가능한 ‘초저전력 친환경 AI 연산기지’로 탈바꿈할 수 있다. 지하 막장에서 석탄을 캐내던 에너지가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두뇌를 식히는 냉각 자원으로 진화하며 지방소멸을 막아서는 가장 강력한 기술 방파제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